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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인터뷰] 박민혜 사무총장 “지구의 혜택, 우리 아이들도 받았으면”
22 Ap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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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 특집] 박민혜 WWF-Korea 사무총장 인터뷰
“지구의 혜택, 우리 아이들도 받았으면”


WWF 한국본부 10주년, 첫 내부승진 사무총장‧‧‧ 글로벌 협력 기여 기대
박 총장 “국내에 있는 생물종 및 서식지 보전으로 활동 방향 넓힐 계획”



“자연의 훼손, 개체수 감소 등 모두 심각하지만, 가장 심각한 건 ‘속도’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자연보전기관으로 떠오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바오가족’으로 화젯거리인 판다가 로고인 WWF(세계자연기금)이다. 

WWF는 1961년에 설립돼 60년이 넘은 단체며, 2014년에 설립된 WWF 한국 본부는 올해 더욱 의미가 있는 날이다. 2024년 10주년을 맞아 4기 사무총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이번에 임명된 박민혜 WWF-Korea 신임 사무총장은 배경부터가 남다르다. WWF 한국 본부의 첫 내부 사무총장이자 2015년부터 직원이었던 최장기 근무자이기도 하다. 박 총장은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를 지냈다. 이에 WWF-Korea 내부 조직뿐 아니라 글로벌 규모의 소통 및 협력 기여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4월22일 지구의날에 앞서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WWF 한국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박 총장은 본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Q1. WWF에 대해 아직 어떤 곳인지 모르는 대중들이 많다. WWF의 규모, 활동 등 소개 부탁드린다.

WWF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NGO(비정부 기구)입니다. 또 기금에 대한 규모도 어느 정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프로젝트 수가 3000개 이상 동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커버하는 영역이 넓어서 해양, 기후에너지, 산림, 담수, 야생동물, 식량 6개 축으로 포괄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WWF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환경이라는 것이 한 부분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으로 보기 위해 사업 영역과 범위를 넓히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전체적인 환경 전반을 보면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모두가 함께 바꿔 나갈 수 있는 실행을 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WWF 한국 본부에서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야생동물과 같은 요소들을 심도 있게 살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10주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있는 생물종 및 서식지 보전으로 활동 방향을 넓힐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Q2. WWF-Korea에서는 이례적인 내부 승진 및 최장기 근무자 사무총장이다. 총장으로 선발됐던 이유와 어떤 부분에 집중적으로 기여할 계획인지.

한국에서는 환경에 연관된 글로벌 NGO가 후발주자기도 하며, 기금 모집과 보전 활동을 동시에 시작한 WWF 내부로서는 특이하게 설립된 조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도 아니고 지역 NGO도 아닌 탓에 비슷한 케이스가 없어서 초반에 약간 어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10주년이 되며 WWF-Korea의 독특한 특성을 잘 이해하는 리더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니즈가 있어 한국 본부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제가 사무총장으로 인정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도 여러 부서에서 업무를 담당해 왔고, 한국 조직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그 안의 업무가 다양해서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대를 받는 것 같습니다.

WWF라는 곳은 기금을 모아서 적절한 데 활용하는 역할도 있지만,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고 보전에서도 영향을 주는 실행 기능을 갖고 있는 기관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사무총장이 되면서 규모나 임팩트 면에서 성장의 모멘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외부 노출이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에, 홍보는 물론 기금 및 프로그램 확장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젊은 조직인 편입니다. 경력이 아주 긴 사람들보다는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WWF가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직장이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NGO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이런 케이스를 보여주는 글로벌 NGO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 조직은 비영리기관이지만, 함께 있을 때 가치를 실현하고 거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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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처음부터 환경, 기후에 대한 깊은 인식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오히려 그래서 사무총장까지 선임된 것에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근무하면서 인식이 바뀐 계기나 바뀌었으면 하는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처음 WWF에 동참했을 때 기관에 대한 좋은 인상, 국제적인 업무를 하고 싶은 희망사항 때문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사실 거기에 환경이라는 키워드는 빠져 있었지만, 오래 근무를 하게 된 건 결국 ‘환경’이라는 키워드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몰랐었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서서히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종교와 비슷하게 모태신앙적 믿음은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WWF에서 일하면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자료를 읽게 되고,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중요성을 느끼고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하며 답답한 적이 많기는 했습니다. 관심이 많이 없다거나 기업과 이야기했을 때 우선순위가 밀리거나 매출과 연결되면 없었던 일이 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처음에 환경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그럴 수 있지’하고 기다리고, 다시 제안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없었더라면, “왜 이 문제가 중요한 걸 모르지? 왜 매출에만 신경 써?”하고 튕겨 나갔을 것입니다.

오히려 서서히 알아갔기 때문에 오래 일할 수 있었고, 이는 다른 사람들이나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ESG와 같은 부서가 생기면서 일하는 사람이 있지만, 기업도 변화에 시간이 필요하며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이런 걸 꾸준히 이어가야지만 이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온실가스 배출 관련해서 산업 부문의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기업 협력을 통해 ESG, 규제, 전환, 기금, 캠페인 등 앞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기업이기에 기업과의 협력에 활동이 집중돼 있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해서 태도의 적극성이나 이행 여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모두 인지하고는 있었습니다. 모두 넷제로를 반대하거나 모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글로벌 화두를 비롯해 기업에 촉구되는 이슈가 자연 회복에 대한 역할로 많이 넘어왔습니다. 기후와 생물다양성이 분리되지 않고 복합적인 이중 위기로 가고 있으며, 기업도 이 두 가지에 대한 이슈를 보면서 대응하고 기여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TNFD(자연 자본 관련 공시 프레임워크)가 도입이 됐습니다. 자연자본 이행에 대한 의무가 주어졌을 때, TCFD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이게 도입됐을 때는 이행하는 데 조금은 더 편하고, 쉽게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그 이행이 가속화되도록 이끄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10주년을 맞아 ‘Act now or it's too late’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가속화인 것 같습니다. 자연의 훼손, 개체수 감소 등 다 심각한데, 그중 가장 심각한 건 ‘속도’라고 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같이 보지 않으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 가장 무섭게 느껴집니다. 기후 대응에 투입된 노력을 넘어 자연 회복을 같이 봐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WWF가 TNFD와 같은 대응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Q5. 2015년에 WWF에 합류해 PACT 이니셔티브 구축, 이마트와의 PSI 공동 개발, 어스 아워 캠페인, 코카콜라 물 환원 프로젝트 등 많은 기여를 했다.

이마트나 코카콜라를 많이 언급하는 이유가 프로젝트가 같이 커 왔고, 같이 성숙해 왔다는 점에서였습니다. 코카콜라도 물을 자기들이 쓴 만큼 환원하겠다는 건데 방식이 어려웠습니다. 처음에 이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이후 저수지 준설을 위해 물조성 후 환원을 했고, 지금은 생태계 조성으로 물 저장 도움을 위해 숲 조성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담수에서 숲으로 보전을 늘리려고 하는 점에서 저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이마트도 가이드를 만들었지만 결국엔 이게 모든 상품군으로 확대돼야 하는데, 이 가이드라인이 시작이라는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퍼져 나가야 하지만, 앞으로 패션, 섬유, 식품 등 다양하게 뻗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직접 이행하는 것 외에도 글로벌 목표에 기여하기 위해서 저희가 하고 있는 게 Zero Extinction 프로그램이라고 ‘멸종 방지 프로그램’에도 한국 본부가 기여하고 있습니다. WWF 글로벌에 야생동물 불법거래 방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위한 허브 설립에 재정 지원을 했습니다. 이외에도 TX2라고 호랑이 개체수 2배 느리기 장기 프로젝트를 지원했습니다. 호랑이 개체수가 2012년 시작 당시에 3600마리였는데, 약 5600마리까지 늘어난 바 있습니다. 단일종 회복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뤄 냈다는 점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Q6. 기후위기 대응의 법‧제도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제22대 총선이 지났다. 이번 22대 국회에 바라는 정책 사항은?

총선도 그렇지만 언제나 아쉬운 건 기후를 포함한 환경 문제가 아주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지 않은 점입니다. 하지만 이를 끌어올리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어,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이슈 ‘매니페스토’ 네 가지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해당 발표 건을 중점 과제로 해서 국회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스위스 시니어 소속 여성분들이 기후변화 관련해 정부에 소송을 걸어 승소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취약계층이 삶의 질 저하와 피해가 있었다는 게 골자로, 기후로 인한 인권 침해가 처음으로 인정된 사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어려운 시나리오겠지만, 그 사례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국회·정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금융으로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어젠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이게 본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니페스토를 비롯해서 서명도 하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부담을 자꾸 주려는 것입니다.

정답은 있습니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가 기후에 관심을 가지고, 기후 정책을 보면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답은 있었지만, 답이 없는 느낌입니다. 현실과는 먼 정답인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이러한 갭을 줄이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행의 방법과 역할을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언젠가 알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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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전 지구적인 과제인 생물다양성, 기후 대응을 위해 글로벌 소통은 필수적이다. 국제관계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는데, WWF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인 환경 보호 솔루션을 제시한다면?

국제 관계를 전공하면서 글로벌화 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을 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민 중심이고, 강대국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정확한 답이 아닐 수 있지만 제가 이런 백그라운드를 갖고 환경 분야에서 소속되며 느낀 건, 갈 길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입니다.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국가들이 가야 하는 어젠다는 명확하지만, 에너지 믹스나 화석연료 퇴출 등 방법을 가지고 싸우고 있습니다.

국제적 환경 이슈에 있어서 답을 찾는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 하는 입장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갭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법적인 규제인데, 왜냐면 자발적인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INC-5(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발적인 솔루션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법적인 기준을 정해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협약을 만드는 데도 ‘일회용을 어떻게 보느냐’라는 정의를 가지고도 싸웁니다. 그러면 이제 본질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합리적인 선에서의 법적인 규제를 만들면 그것 이상의 솔루션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8. 임기 동안 WWF-Korea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포부와 목표는?

저희 기관 이름이 세계자연‘기금’입니다. 자금이 중요합니다. 저희 단체가 과학자들과 기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재력가들 논의로 설립됐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꾸준히 높은 나라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적 위치, 온실가스 누적 등을 봤을 때 책임이 큰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글로벌 시민과 자연 훼손에 영향을 많이 끼쳤기 때문에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하는 나라죠.

그래서 WWF-Korea도 민간에서 모을 수 있는 기금도 확대해서 기여하고 싶고, 기금이 되고 나면 글로벌 보전이 필요한 우선순위 지역을 선정하고 지원하고, 모니터링까지 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한국 정부도 책임의식을 갖고 국제 협상이나 회의에 임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역할을 인식시킬 수 있는 그런 애드보커시(advocacy)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Q9.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린다.

“지구의 혜택을 우리 아이들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는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인지 현세대가 훼손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제가 WWF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4살 아이를 키우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마스크를 써야 했습니다. 이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사는 지구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현실적으로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요즘은 ‘와, 이 아이들은 큰일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와 자연이 지금보다 극적으로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이야기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과 회복성을 늘려서 내가 느꼈던 자연이 주는 기쁨을 이 아이들도 이 정도는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환경일보(바로가기 링크)
작성: 김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