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쇼핑하면 제주 바다거북 살려요… 환경도 ‘클릭 기부’ 시대
01 Ju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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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F 기부 플랫폼 ‘클릭투기부’
작년 참여형 기부 모델로 호응… 올해엔 쇼핑 연계 플랫폼 운영
제휴 쇼핑몰서 상품 구매하면, 결제 금액 일부 자동 기부돼
동물 서식지 보전 활동에 활용

올해 2월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 바다거북 서식지 정화 활동을 하던 세계자연기금(WWF)과 해양 시민단체 디프다제주는 모래와 쓰레기 더미 사이에 반쯤 묻혀 있던 바다거북 사체를 발견했다. 숨진 바다거북은 어망 섬유와 낚싯줄에 감겨 있었다. 일대에서는 쓰고 버린 페트병과 폐어망 등 해양 폐기물이 수거됐다.
WWF는 디프다제주와 함께 ‘멸종위기종 바다거북 서식지 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색달 해변과 애월 해안, 송악산 등 제주에서 정화 활동과 생태 모니터링을 이어 왔다. 이다빈 WWF 마케팅 오피서는 “해안선을 따라 한 시간 남짓 정화 작업을 했을 뿐인데 마대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며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만큼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 4개월 새 해양 쓰레기 2.5t 수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연안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 사체에서는 평균 38개(3g)의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WWF가 올 1∼5월 제주에서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약 2.5t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2구를 제주대에 유전자 분석 의뢰했다. WWF는 유전자 분석 결과를 WWF의 글로벌 바다거북 DNA 데이터베이스인 ‘셸 뱅크’에 등록할 예정이다. 데이터는 전 세계 바다거북 개체군 추적과 보전 전략 수립 자료로 활용된다.
이처럼 WWF는 국내 멸종위기종과 서식지의 보전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물 서식지 보호 캠페인 ‘애니스테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참여형 기부 모델을 선보였다.
애니스테이는 동물의 서식지를 ‘가상 숙소’로 설정하고, 기부자가 이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후원금을 모으는 참여형 기부 모델이다. 반달가슴곰, 수달, 거북이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마치 숙박 예약 플랫폼에 등록된 객실처럼 소개하고, 기부자가 ‘예약’을 하면 예약금 전액이 해당 동물의 서식지 보전 활동에 기부된다.
애니스테이는 여행·숙박 플랫폼의 예약 시스템을 빌려 기부자에게 재미와 기부의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고, 실제 기부금은 멸종위기종 보전 현장에 직접 활용하는 구조로 호응을 얻었다. 이 캠페인을 소개하는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0만 회 이상 노출됐다.
● 쇼핑하며 자동 기부 ‘클릭투기부’

WWF는 올해 3월 일상에서 자연보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쇼핑과 기부를 연계한 새로운 플랫폼 ‘클릭투기부(Click to Give)’를 선보였다. 영국의 글로벌 커머스 솔루션 기업 ‘킨드레드’와 협업한 클릭투기부는 사용자가 제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일부가 적립돼 WWF에 자동 기부되는 방식이다.
클릭투기부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쿠팡, G마켓, 이마트인터넷쇼핑몰 등 제휴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하면 추가 비용 없이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쇼핑하면서 자연스레 기부할 수 있다. 평균 구매 금액의 1∼3%가 WWF에 기부된다. 1만 원어치를 구매하면 100원에서 300원이 WWF에 전달되는 셈이다. 클릭투기부 앱은 현재 2만여 건이 다운로드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e커머스 시장은 인구 대비 세계 2위 규모다.
WWF가 클릭투기부를 설계한 이유는 디지털 세대를 중심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방식보다 클릭이나 걸음 수 등 개인의 행동과 연동된 ‘자동 기부’ 방식을 선호한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1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6.9%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기부 방식이 기부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70.9%는 “일상생활에서 소액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클릭투기부를 통해 모인 기부금은 제주 바다거북 보전을 포함해 멸종위기종 및 서식지 보호, 플라스틱 감축, 기후변화 대응 등 WWF의 활동 전반에 활용된다. 특히 제주 바다거북, 인천 저어새, 지리산 반달가슴곰 등 국내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 활동에 직접 연결돼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송정호 WWF 마케팅 총괄은 “기부가 거창하고 어려운 결심이 아닌 누구나 반복할 수 있는 생활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자연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발상의 전환이 클릭투기부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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