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버려진 쓰레기, 바닷속 '덫'이 되다
07 Nov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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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폐기물 수거현장 가보니
어업 중 버려진 밧줄-그물 등에 해양생물 갇히거나 걸려서 죽어
수산자원 피해량 연 9만5000t… 바다에 미세플라스틱 퍼지기도
정부 "내년 어구 보증금제 시행"
지난달 30일 정오. 강원 양양군 수산항. 수산항에서 배를 타고 40분쯤 나간 바다에서 30t 규모 선박이 한창 바다 밑을 수색 중이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과 협력해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폐기물 수거 전문 업체의 선박이다. 평평하고 밋밋한 선이 이어지던 어탐 레이더 화면에 불규칙적인 덩어리가 잡혔다. '바닥에 무엇인가 있다'는 뜻이다. 배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녹슨 쇠갈고리 열 개가 달린 갤로스를 수면 밑으로 내렸다. 바다 밑에 있을 '그것'을 건져내기 위해서다.
"이런 게 살아 있는 것들을 잡아먹죠."
작업복 차림의 인부 세 명이 달려들어 두꺼운 쇠줄 도르래를 끌어당겼다. 크레인을 따라 길고 시커먼 '괴물'이 걸려 올라오고 있었다. 바다 저 밑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괴물'은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한없이 올라왔다. 산 것과 죽은 것들이 뒤섞여 역한 비린내가 났다.
● '유령 어업' 물고기 잡아먹는 죽음의 덫
ⓒ동아일보
어구 수거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이날 수거된 폐어구는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재활용 처리업체에서 처리됐다. 폐어구는 오랫동안 해저에 가라앉아 있으면서 생물의 사체 등이 붙어 복잡한 분리·세척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양 폐기물 수거 업체를 운영하는 박창홍 씨는 "소각을 하기도 하고, 나일론 그물에서는 열분해를 통해 기름을 추출할 수도 있다. 일부 깨끗한 제품은 축구 골대나 컵받침 등 재활용 제품으로 다시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버려지는 폐어구 연간 4만 t
이날 30분가량 끌어올린 폐로프는 홍합 등 무게까지 약 0.5t 수준. 폐기물 수거 선박에는 이미 앞서 사흘간 수거한 로프와 그물 등이 포대 안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4일 동안 13.4t, 하루에 3∼4t가량 수거한 셈이다.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근해 어업에서 1년에 버려지는 폐어구·폐그물은 4만4000t에 이른다. 이 중 수거되는 것은 약 1만 t에 그친다.
이에 WWF는 2021년부터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협약을 맺고 민간 기업을 통해 조성한 기금을 활용해 해양 쓰레기 수거 사업에 나섰다. 2021년 연평도 어장에서 105t, 지난해 제주 권역에서 41t의 폐어구를 건져냈다. WWF 홍윤희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을 활성화해 해양 플라스틱 발생과 유령 어업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바다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내년 1월부터 일정 보증금이 부과된 어구가 사용 후 낡고 못 쓰게 될 때 지정된 반환 장소로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어구 보증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원문: 동아일보(바로가기 링크)
작성: 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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