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이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
26 Jul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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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기고] 기업이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
기고자: WWF-Korea 홍윤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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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뷰]
©️Antonio Busiello / WWF-US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연이 파괴된 지구가 배경이라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깨끗한 물·연료·식량 등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곤 한다. 자연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자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연 파괴로 인한 위협은 더 이상 영화적 상상이 아니다. 사회·경제적이면서 실질적 리스크이자 엄연한 현실이다.
국제 사회도 이를 경고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향후 10년간 전 세계가 맞닥뜨리게 될 10대 리스크 중 절반이 환경과 연관돼 있다. 자연재해와 극단적 이상 기후가 3위,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가 4위, 자연 자원 위기가 5위에 올랐다. 이 밖에 각종 데이터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야생 동물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전 세계 야생 동물 개체군의 약 69%가 사라졌다. 자연 리스크로 인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4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속 디스토피아는 결코 상상이 아니다.
기후 변화에서 생물다양성 리스크로
자연 관련 리스크라고 하면 기후 변화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지금은 기후 변화 대응이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이전만 해도 기후 변화는 생소한 단어였다. 1990년대 초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를 합의한 이후 한 세대가 지난 2015년에서야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파리협정은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신기후 체제의 근간으로 역사적 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각 국가의 탄소 중립 선언,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 등 수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이 모든 진전은 기후 변화의 실체, 실물 경제로의 위협 가능성 등을 두고 많은 논쟁과 충돌을 거친 결과다. 이제 기후 변화는 과학적 사실을 뒷받침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기후 변화 현상이 중요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고 실체적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의 발화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전력회사 PG&E의 사례는 기후 변화 리스크의 실체를 명백히 보여준다. 기온 상승으로 건조해진 산림 지역에 자리한 PG&E 전력선에서 작은 불씨가 번져 서울시 전체 면적보다 큰 6만2000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고 86명이 사망했다. PG&E는 이에 대한 배상으로 130억 달러(약 16조원)를 손해 배상했고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생물다양성-기후, 이중 위기(twin crisis)
생물다양성은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의미한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할수록 생태계 서비스도 풍성해진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학회가 공동 발간한 지구 생명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찰된 야생 동물 개체군 규모는 평균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다양성 손실 요인으로는 서식지 감소와 황폐화, 자원의 과도한 이용, 외래종 침입, 환경 오염, 기후 변화·질병 등이 꼽혔다.
지구 기온 상승을 2.0도(가급적 1.5도) 이내로 제한하지 못하면 기후 변화가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서비스 저하의 결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예로 산호초를 들 수 있다. 산호초는 전 세계 해양 생물 4분의 1의 서식지로 해양 생태계의 ‘둥지’다. 산호초는 지난 30년 동안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산호초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70~90%, 2.0도 이상 상승하면 99% 이상 소멸할 것으로 예측된다. 산호초가 멸종하면 해양 생물다양성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1980년 국제자연보전연맹도 세계 보전 전략을 채택해 자연 자원과 생태 용량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보전하고 회복해야 미래 세대의 발전과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빈번해지는 가뭄·홍수·산불 등 이상 기후 현상은 자연의 수용 능력을 약화시키고 이러한 손실과 자연의 지속 불가능한 이용이 다시 기후 변화의 주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연 기반 해법으로 악순환 고리 끊어야
기후 변화에 더해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이중 비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자연의 회복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은 지난 10년간 인간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4%를 흡수했다.
국제 사회 목표인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례 없는 속도로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 자연 기반 해법(NbS : Nature-based Solution)은 자연의 본래 기능을 살려 탄소 중립을 이루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자는 것으로, 친환경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자연과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IPCC는 NbS로 농업·임업 및 기타 토지 이용 부문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 8~18기가톤(tCO₂eq)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2050년까지 기온 상승 1.5도 또는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량 중 20~30%에 해당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 생물다양성 손실로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라는 반복되는 악영향을 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연을 회복시켜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NbS를 경영에 본격 적용하고 있고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다루고 있다.
기업 ESG의 새로운 스탠더드, ‘자연’
기후 변화에 대한 믿음은 오랜 시간에 걸쳐 공고해졌지만 생물다양성은 비교적 빠르게 새로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 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NFD), 과학 기반 목표 네트워크(SBTN)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도구, 방법론이 개발되면서 생물다양성이 과학적 검증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모형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WWF에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유용한 툴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1월 공개한 생물다양성 리스크 필터는 기업이 사업지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자연 관련 리스크가 무엇이고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등급으로 보여준다. 공개 첫 달 만에 2000여 곳의 기업이 사용자로 등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맥킨지 보고서(2019년)에 따르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높은 자본 수익률과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고 사업·재무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리스크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다. 기후 변화와 함께 생물다양성 리스크에 선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 기업 생존을 좌우할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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