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기고] ‘토종 돌고래’ 상괭이 지키려면 혼획부터 막아라
29 Jul 2019
본문
이영란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해양보전팀장
상괭이(사진)는 물속에 사는 포유류다. 요즘엔 옛사람들이 부르던 ‘물돼지’ 대신 ‘웃는 고래’ ‘토종 돌고래’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돌고래를 가까이서 보면 쉽게 감동을 느끼는데 그들이 눈을 맞춰주기 때문인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사는 상괭이는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매년 수천마리가 죽어가고 있었다. 이 동물의 숫자를 세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90%가 감소했다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상괭이가 죽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혼획이다. 국내에서 2018년 보고된 상괭이의 혼획, 좌초 건수는 792건이다. 그러나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상괭이가 사라진다>의 이정준 감독은 다큐 제작을 위한 어민들과의 인터뷰 증언과 해양수산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괭이 혼획 기록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한다. 상괭이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기 이전 식용으로 유통될 당시, 유통업 종사자들이 한 해 거래했던 상괭이 수가 최소 5000마리에서 7000마리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시기 고래연구센터가 발표한 혼획 보고 건수 약 2000건을 크게 웃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국립수산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 사이 상괭이 개체 수는 3만6000마리에서 1만3000마리로 64% 감소했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상괭이를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 상괭이를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상괭이를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이 혼획임에도 이 법률에는 혼획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게 문제였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항구로 가지고 들어와서 신고하면 값싸게나마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행위가 금지됐기 때문에 그물에 걸린 사체를 항구로 가지고 들어와 신고하면 해경이 불법포획 여부를 조사한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신고하면 ‘귀찮기만 하고 아무 이득도 없는 일’이므로 배에서 혼획돼 죽은 상괭이를 발견하면 그대로 바다에 버린다. 결국 유전자 분석이나 생물학적 연구 같은 최소한의 연구도 안되는 데다 기본적으로 몇 마리가 죽는지 통계조차 잡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괭이를 매년 수천마리씩 죽음으로 모는 원인은 ‘안강망’이라는 그물이다. 그물의 입구는 넓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지며 좁아진 그물 끝에 수산물과 함께 몰린 상괭이는 뒤돌아 빠져나갈 수도 없고,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갈 수도 없다. 결국 질식하고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이 비극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혼획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 혼획이 생기지 않도록 어구를 개선하거나, 어법을 바꾸는 것이다. 만약 혼획이 된다면 죽기 전에 조치를 취하거나 최소한 그물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도 만약 폐사하게 된다면 정확한 통계를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생물학적·생태학적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더라도 빠져나가 생존할 수 있는 탈출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어민들이 사용하던 해파리 탈출장치를 변형시킨 것이다. 해파리가 그물에 들어오면 그물을 망쳐 큰 손실을 끼치므로 탈출망을 달았던 것을 변형시켜 상괭이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유도망을 통해 빠져나가는 수산물의 손실률 최소화 등의 문제를 해결해 의무적으로 안강망에 부착하게 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법률 정비도 필요하다. 상괭이는 해양보호생물이지만 현재는 혼획방지, 보전계획, 포획금지 등 관련 법조항에는 노력 및 협조 수준의 내용만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 바다에서는 멸종위기종 보호에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고한 생명의 희생 없는 지속가능한 어업이 실현되고, 해양생물과 인간이 함께 사는 조화로운 바다에서 수줍은 상괭이의 비밀스러운 숨소리를 오래오래 듣고 싶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252057005&code=610103#csidx01c5204c46b1047a85c7a0134cee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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