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3 Jun 2019
[인터뷰] 기후변화 대응에 힘쓰는 Flexitarian 판다
안녕하세요, 이번 달에는 WWF-Korea의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안혜진 팀장을 소개해 드립니다.
Q1. 간단히 자기소개해주세요. 일할 때 어떤 ‘판다*’이고, 그 외 시간에는 어떤 ‘사람’이신가요?
A1. 안녕하세요, 저는 2014년 8월에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2014”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이듬해 9월부터는 “한국생태발자국보고서(Korea Ecological Footprint Report) 2016” 이니셔티브를 리드하면서 ‘생태발자국(Footprint)’ 전문가 성장해, 2017년부터는 기후∙에너지 프로그램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 오피스에서는 꽤 오래된(!?) 판다입니다. Footprint(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를 줄이는 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음을 늘 감사하게 여기고, 그렇지만 긍정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만들고자 꿈은 크게 꾸고, 매일 노력하는 판다입니다.
일하지 않을 때도 기후변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 제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되도록 채식 위주로 식사하려고 합니다. Flexitarian이라고 하죠, Flexible + Vegetarian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외에도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휴머니스트이자 글로벌시티즌으로 늘 깨어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저희 로고가 로고인 만큼 WWF를 ‘The Panda’라고 칭하기도 하는데요, 새로 팀원이 들어와서 WWF 세계 곳곳 네트워크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이메일을 쓸 때 “We have a new climate Panda based in Seoul, please join me in welcoming Suh!” 기후 일 같이하는 ‘판다’가 새로 왔다고 표현하기도 한답니다.
Q2. 언제, 어떤 이유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특히 기후 부문에서 일해야겠다고 결심하셨나요?
A2. 대학교 때 국제정치를 공부했는데, 그때 글로벌 20대 이슈(Jean François Rischard’s 20 Global Issues)를 놓고 중요성을 가장 높게 두는 이슈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제게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정치∙경제적 이슈로서 사회구조적 문제를 통괄하는 이슈이자, 전 지구적으로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이슈로 매우 막중하게 스며들었어요. 그리고 기업, 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각 영역에서 모두 다루는 이슈라는 점도 커리어 측면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요. 그렇게 깨달았던 때 운이 좋게 기후변화 일을 시작할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이해한 이후로는 어떻게든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도무지 떨칠 수가 없었죠. 아마도 머릿속에서 그 막중함을 결코 덜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Q3. WWF와 같은 국제자연보전기관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매일매일 어떤 업무를 하세요?
A3. 우선 ‘자연보전기관’의 측면에서, 제게는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일했던 ‘기후’와 같은 소위 Footprint 이슈 외에도 생물종, 생태계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곳이에요. 예전보다 조금 더 종합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생태발자국과 생물다양성의 관계 또 구체적으로 한 생물종으로서의 ‘인류’의 연약함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국제 NGO’에서의 일은, 때때로 우리나라에서 아직 낯선 개념, 예를 들어서 지구생명보고서 프로젝트 때는 '생태발자국', '생태용량', 기후∙에너지 프로그램에서는 ‘과학기반감축목표(Science-Based Targets: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감축목표) 등 개념을 알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적으로 Footprint를 줄이기 위해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며, 한국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까지 이어지는데요. 그 과정에서 기업, 정부,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며,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알리고 설득하는 업무라고 볼 수 있어요.
제 구체적인 업무를 말씀드리자면,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을, 지금은 주로 기업을 설득하는 일이에요. 저는 사회과학자라 자리에 앉아 자료 조사하고, 메시지를 만들고, 정리하고, 미팅/워크숍/콘퍼런스 준비하고, 전화하고, 이메일 쓰고, 글 쓰고, 사람들 만나고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을 해요. 북극, 마다가스카르, 아마존, 벨리즈에서 일하는 다른 판다 분들보다는 훨씬 정적인 일입니다만 늘 머릿속은 동적입니다.
Q4. 마지막으로, “인류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만들어나가는(저희 미션 다들 아시죠?!)” 우리가 모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A4. ‘기후’라는 개념이 워낙 쉽게 와 닿지 않다 보니, (저희도 때로 그렇지만)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북극에서 얼음이 녹고 있고 북극곰이 생존 위기에 처해있는 모습으로 소통하는 때가 많은데요, 사실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산업화 이후로 이미 지구 평균온도가 약 1도 올랐는데, 겨우 1도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계절이라는 말이 사라져가고 있고,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고, 식량, 담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전 세계가 지구 평균온도가 2100년까지 최대 2도보다 훨씬 낮게, 1.5도까지만 오르고 ‘기후가 안정되도록’ 세운 목표가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에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최대한 빨리 줄여 약 2050년에는 제로(0)로 만들고, 그 이후에는 대기 중에서 없애야 하는 상황이에요. 2100년을 얘기하면 먼 것 같지만 2050년은 30년 뒤이고 그때는 현재의 화석연료 기반인 에너지 시스템에서 경제 체제가 아예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안정된 기후’로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지구에 없어요. 다행히 작년에 유수의 과학자들이 낸 유엔기후과학기구(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1.5도 달성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했어요. 정치적으로 어떻게 실현해내느냐 하는 문제가 되는 거죠.
‘안정된 기후’ 없이 ‘안정된 생태계’ 없고, ‘안정된 생태계’ 없이 ‘사회’와 ‘경제’의 번영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점이 오늘날 우리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각자 속해있는 공동체에, 구성원이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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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진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팀장은 기업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의 기후행동을 강화하는 데 WWF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WWF는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여 기후변화에 회복력 있는 미래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저탄소 비전 및 로드맵 수립 정책 제언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감축 방안 연구 및 재생에너지 확장을 포함한 정책 제언
실행 가능하고 장기적인 비전 및 로드맵 수립을 위한 이해관계자와 협력 구축
기업의 기후행동 촉진
파리협정의 산업화 대비 평균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자는 목표에 기반하여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과학기반온실가스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참여 유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목표 설정 및 이행 지원